파란색칠한 표지가 눈을 끌어서 서대에서 집어 들게 되었다. 이 책의 이름은 '에머슨의 자기 확신에 대하여'. 이런 번역본은 원서로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면 더 읽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지만 읽을만했다.
번역본이라서 더 어색했던 책
읽는 속도가 나야 하는 보통의 뚜께임에도 한 권을 다 끝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이미 읽었던 단행본 '자기 신뢰'와 같은 저자의 책인 이 책의 차이가 과연 뭔지 의문을 갖고 이해하려 읽고 보니 그랬다.
일단, 나와 같은 의문에서 이 책을 출발할 사람들을 위해 선험자로서 그 질문에 대한 팁을 주겠다.
꽤 유명한 책인 '자기 신뢰'는 이 책 중 한 챕터만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더 정확하게는 1841년 출간된 랄프 왈도 에머슨의 에세이집 'First Series' 중 일부가 '자기 신뢰'다.
그럼에도 굳이 이 책을 읽고 싶던 건, 단순 '자기신뢰' 때문이 아닌 '자기 확신'이란 제목을 가진 이 책이 자기신뢰 이미지와 비슷한 듯 보완적 뉘앙스를 띄기에 읽고 싶었던 건데, 아쉽게도 이런 제목은 원제 '1st 시리즈'와는 관계없이 독자의 선택과 이해를 위해 붙인 제목이라 이해된다.
하나 더 이 책에는 랄프 왈도 에머슨에 관한 정보나 그가 쓴 저작들에 관한 정보를 따로 다루는 부분은 없다.
이런 부분들은 오히려 전에 읽은 단행본으로부터 다시 얻을 수 있었는데, 그로 인해 이번 원본과 이전 책을 비교하며 의미 있는 독서를 해볼 수 있었고, '자기 신뢰'를 먼저 읽어 봤거나 나처럼 그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겐 '자기 신뢰'가 담긴 원전 전체를 읽어 본다는 그런 의미는 줄 수 있는 구성이겠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란 이름은 수많은 책들에서 아무 관계없이 어떤 한 챕터를 열기 전 뜬금없이 마주칠 수 있는 명언과 그 말을 한 인물로 등장했던 걸 기억력 좋은 사람이라면 떠올려 볼 수 있을 이름 같다.
나에게는 그 정도 인연의 모르는 누군가였지만 반년 전쯤 읽었던 꽤 괜찮았던 자기 계발서에서 그 저자가 매년 한 해의 시작을 에머슨의 '자기 신뢰'를 읽으며 시작한다는 말에 책 자체를 읽어보게 됐는데, 그때나 지금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그 '자기 신뢰'란 책이 이 에세이집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은 몰랐었다.
명쾌한 내용의 책
유명한 이 '자기신뢰' 이외에도 책에 등장하는 모든 내용들은 명쾌하다.
저자 자체가 추구했고 담고자 했던 게 '자기 신뢰'로 대표되는 '아무리 신을 믿더라도 자신을 놓고 쫓아가듯 믿지 말고 자신에 관한 믿음을 지닌 채 달려가라'는 주장을 담기에 문장마다 실린 거의 모든 뉘앙스들은 읽는 독자들 본인들이 1인칭 시점에서 자신만의 판단력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힘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기에 그러하다.
책 속 유명한 설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하는데 이 자체가 의미하는 바와 내가 이해하는 바가 다소 차이 나기에 정리 겸 해본다.
술을 먹고 쓰러진 게 공작인지 아닌지
'길거리에 술을 먹고 쓰러져 잠든 한 남자. 그를 업어와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후 공작의 침대에 공작과 같은 매무새로 단장시켜 눕혀놓았다. 술에서 깨 일어난 후 그 남자는 말한다. "이제야 내가 누군지 알겠다"라고.
책 자체에서 전달하는 바는 단순하지만 중요하다. 제정신을 차린 인간에 대한 비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 취한 남자가 공작의 침소에서 깬 후 자신을 공작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마냥 정상적인 깨달음처럼 와닿지만은 않았다.
원래 자신의 가치를 망각하고 살던 누군가가 우연히 고귀한 자리에 놓이자 자신이 원래 그리 고귀한 자임을 깨닫는 것인지, 아님, 술에 취해 인사불성으로 떠돌던 실제 공작 자체가 지인들의 수고로 자기 집으로 옮겨져 와서는 술이 깬 후 순수하게 읊은 말인진 알 수 없었다.
공작의 모습으로 그 침대에서 깨어난 걸 깨달음이란 은유로 표현하고 싶어 한 랄프 왈도 에머슨의 뜻이 얘기와 함께 이어지니 정확하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나 일부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책은 처음부터 술 취한 자를 공작이라 칭하지 않았고 공작이던 아니던 공작처럼 깨어났을 때 공작 같은 신분의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고결성만을 부각했다.
만일, 이 남자가 공작이 아닌 사람이란 전제를 정말 무시해야만 한다면 이 이야기가 주려는 교훈엔 억지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리플리 증후군'이나 '뮌하우젠 증후군' 등 현실의 나와 이상적인 나와의 간격이 모호한 해리된 판단능력일 수도 있겠다 생각과 함께, 술과 공작이란 대비가 깨달음으로 치환되기엔 술은 완벽한 타락이고 공작은 선이란 동의가 쉽지 않았다.
'자기 신뢰'란 챕터와 그 전체를 담은 책이 가진 상징성을 넘어 자기 확신, 자기 신뢰, 회복탄력성 같은 비슷하지만 분명 묘하게 다른 뉘앙스들의 참뜻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겐 한 번쯤은 거쳐가면 좋을 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그냥 든 생각 (마무리)
이런 책은 대체 어떤 구도를 계획하고 쓰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명작을 남기는 사람들은 책의 제목에서부터 마침표 하나와 쉼표 하나를 찍는 것 모두 계획하고 쓴다는 설과, 그렇지 않고 꼭지를 만들어 그 꼭지들의 선을 이어가다 보니 한 편의 명작이 완성됐다는 설.
무엇이 맞는지 무엇이 적합한지 모르겠지만, 명작에는 명작만의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에머슨의 자기 확신에 관하여'를 보며 명작이 가지는 조건이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언제쯤 책을 쓸 수 있을까.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이 더해지는 밤이다.
'책이주는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옥이란 무엇인가2, 감옥에 대한 생각해본적이 없다. (0) | 2025.03.03 |
---|---|
소설 무당엄마 주말 독서기. (0) | 2025.03.02 |
일의 격, 축적 후 발산한다는 것을 이해하자. (0) | 2025.02.03 |
위대한 멈춤, 삶을 바꿀 쉬는 시간 (0) | 2025.02.03 |
미니멀 엄마표 영어,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어떻게 시킬까 고민하다 읽은. (0) | 2025.02.03 |
게리 캘러의 원씽, 인생승리를 향한 지름길 (0) | 2025.02.03 |
제대로 독서 진짜 공부를 읽고 (0) | 2025.02.03 |
댓글